그런데 커플 서비스에 웬 친구 초대?
개인적으로 해당 기능은 썸원에 도전이 될 프로젝트라 생각했다. 이미 앱 서비스 시장에서는 보편적인 기능이지만,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아래와 같다.
썸원은 너와 나, 우리 둘만이 사랑 가득한 비밀 공간에서 서로를 기록하는 서비스이다. 어찌보면 우리 둘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에 외부인을 끌어들인다는 점이 거부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느꼈다. 또한 썸원은 그 동안 앱 내 기능 배포를 통해 이벤트를 진행한 이력이 적었다. 때문에 한정된 리소스 내 공수 대비 효과 또한 확실히 보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출근 후 하는 루틴이 있다. 포털 사이트에 <썸원>을 검색하는 일이다. 지금 바로 썸원을 검색해보자. 썸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하루 기록의 한 줄이 되고 있다. 그들의 일상 속에 녹아든 포근한 순간들을 읽어내리며, 이런 따뜻하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뿌듯함에 내심 심취한다.
하루 기록의 한 줄이 되는 썸원.. 힐링 된다
썸원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 출시 1년만에 앱 피쳐드에 등록되고 DAU 1백만을 달성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 서비스이다. 좋은 프로덕트를 기반으로한 사용자의 자발적인 콘텐츠 제작과 참여, 그들 사이의 입소문 효과 덕분에 마케팅 없이도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결혼>, <곰신> 등 연애와 관련된 특정 커뮤니티에서 특히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공감과 신뢰가 구축된 커뮤니티 내에서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우리는 분기 시작 전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끊임없이 아이데이션하고 논의하는 시간들을 거쳤다. 가장 쉽고 빠르면서도 지표를 확실히 상승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썸원은 매일 제공되는 질문의 가치와 그 습관화로 인해 한 번 들어온 유저가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실제 D7 유지율은 전국가 평균 65% 이상이다.) 앞서 언급했듯 특정 집단 사이의 리퍼럴이 꾸준히 발생하는 서비스임도 확인했다. 그간의 시장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AARRR의 최종 단계인 리퍼럴을 <우리가 직접>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친구 초대 기능을 새로운 프로젝트로 채택했다.
쉽다고 생각했다면 과오였다.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친구 초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이기에 참고할 레퍼런스는 충분했다. 화면을 뚝딱- 쉽게 그려낼 거라 생각했으나, 예상 외로 기획에 난항을 겪었다. 썸원은 타 서비스와 달리 고려해야할 포인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1) 두 명이 함께 쓰는 커플 서비스
2) 초대받는 사람 또한 두 명(커플)
3) 다양한 로그인 방식 지원
1번과 2번의 요인으로, 사용자가 친구 초대를 할 수 있는 대상의 모수가 굉장히 적어진다. 커플 서비스라는 인식으로, 사용자는 현재 연애 중인 친구를 물색해야하며 초대받은 친구는 또 다시 연인에게 썸원 설치를 유도해야한다.
이 허들로 인해 다시 한 번 기능의 효과에 대해 우려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잘 만들어진 프로덕트와 그간의 Owned 미디어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친구의 추천에 못이겨 설치하더라도, 매일 작은 텍스트에 보이지 않는 서로의 사랑을 담아 추억하는 점이 참 매력적인 커플 앱이니까. 또한 기존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기로 하며 빠르게 기능을 구현해보기로 했다.
어뷰징, 어디까지 고려해야하나
하지만 3번이 문제로 다가왔다. 썸원은 다양한 SNS 수단, 그 중에서도 구글 로그인 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구글 계정은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에 관계 없이 몇 번의 인증만 거친다면 무제한 생성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보상을 얻기 위해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앱 서비스는 개인 정보를 입력해 사용자당 하나의 계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주로 구글 GAME CENTER 또는 임시 ID를 발급받는 게스트 로그인 방식을 지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서비스의 어뷰징 사례를 리서치해보았다.
역시 다들 어뷰징으로 골머리 썩는 것이 분명하다
많은 악용 사례와 사용자 제보, 어뷰징 방법에 대한 자료들이 쏟아졌다. 초대 기능에 어뷰징 문제는 불가피한 문제인 듯 했다. 팀 내에서도 보상의 크기와 지급 조건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주로 백엔드 팀원 분들께서 얼굴을 붉히기도 했는데…) 어뷰징이라는 부정적 뉘앙스에 잠시 주춤하며 우리는 꽤나 긴 시간을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어뷰징 문제에 너무 매몰되어 기능의 재미 요소를 저해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친구 초대 이벤트를 빠르고 간단한 MVP로 배포하고, 단기간의 이벤트로 풀어 그 결과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래와 같이 로직이 정리되었다.
보상은 앱 내 커스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조약돌 200개로 정했다
기존 커플의 보상 수령 타이밍을 두번째 질문으로 둔 이유는, 어뷰징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음과 같았다. 두번째 질문을 완성했을때 유저는 매일 질문 받을 썸원 타임을 설정할 수 있고, 반려몽의 성장을 한 번 경험한다. 답변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반려몽을 육성하는 사이클을 경험하는 것이 습관화로 들어가는 시작점이라고 판단했다. 그 경우 신규 커플이 우리 서비스에 문제 없이 안착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검증이 필요한 MVP 기능인 만큼, 디자인과 개발 공수 모두 최소화하는 것이 업무의 주요 포인트였다. 또한 모든 콘텐츠와 UX를 1인 디자인해야했기에 가장 쉽고 빠른 길을 가고자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보편화된 타 서비스의 친구 초대 기능과는 색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 유저가 기능을 처음 접했을 때 “친구 초대? 귀찮은데.” 하며 쉽게 이탈하지 않길 원했다.
하쿠야 너가 주인공해!
그렇기에 썸원의 강점인 캐릭터 IP를 적절히 활용해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랜딩 페이지를 제작했다. 어느 날 메인 화면에 띄워진 이벤트 아이콘을 확인한 후, 랜딩 페이지를 통해 자연스레 스토리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콘텐츠 디자인 측면에선,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지녀 작은 변화로도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하쿠>를 메인 IP로 채택했다!
썸원의 NPC격이자 앱 내에서 여러가지 일을 해내는 반려몽의 오랜 친구 하쿠
물론 유저가 직접 키우는 반려몽이 가장 큰 임팩트를 주겠지만, 유저별로 각기 다른 반려몽의 성장 단계와 그 종류를 모두 고려하기엔 기능이 꽤 무거워질 듯 했다.
하쿠를 주인공으로 썸원 세계관의 스핀오프 스토리를 구상해보았다. 썸원의 정체성과 하트 모양의 이미지가 주는 심상이 확실했기 때문에 컨셉 구상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또한 당시 병맛 B급 이미지가 트렌드였던 점을 참고해, 단순히 예쁜 이미지로 그려내기보단 킹받는 포인트도 가미해보았다.
친구 초대가 아니라 커플 초대
어딘가 느끼한 큐피드 챠밍~ 하쿠가 유저에게 찾아왔다!
세상의 모든 커플을 이어준다는 큐피드 업무에 지쳐 도움을 청한다. 큐피드 일을 도와준다면, 자신의 촉촉한 쿠키 코팅과 윤기나는 머릿결을 되찾을 수 있다 말한다.
그렇게 탄생한 화면! 최대한 킹받고 안쓰러운 하쿠로 그려보았다
또한 뎁스가 길어지는 것을 지양하며, 랜딩이 끝난 후 메인 이벤트 페이지는 단 하나의 스크린으로만 구현했다.
뺄건 빼고 더할 건 더하고,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메인 페이지 구성
스토리의 연장선에서 캐릭터가 점차 레벨업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도 구현했다.
친구를 초대하면 조약돌을 받는다는 단순한 보상 체계를 너머, 초대를 성공할수록 UI 내 큐피드 하쿠의 모습이 점차 매력적으로 변하게 된다. 서버에 유저에게 발급된 코드와 초대 성공 수를 저장해두어 구현이 어렵지 않았다. 또한 친구 커플이 썸원을 이틀 사용할 경우, 기존 커플에게 푸쉬 알림도 발송해 보상을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약 한 달만에 기획과 배포가 완료되었고 실제 2주간 앱 내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간 21.6%의 신규 사용자를 획득했으며, TF팀의 KPI를 300%이상 달성했다.
우려했던 어뷰징도 소수 발견되긴 했으나 크리티컬하지 않았다. 회원 가입, 커플 연결, 질문 답변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하는 썸원 자체 허들로 인해 악용 사례가 적지 않았나 싶었다.
결과를 회고하며 친구 초대 기능이 1차 검증되었다 판단했고, 추후 사용자 규모가 커진 언어 환경에서도 더욱 고도화한 뒤 진행해보기로 결론지었다.
사실, 이러한 정량적 수치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유저의 정성적 데이터였다. SNS에 진행한 마케팅 이벤트나 포털 사이트의 리뷰 속에서 썸원에 대한 유저의 사랑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그들에게 썸원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우리가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깊이 체감하며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었던 소중한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SNS에서 진행되었던 댓글 이벤트 - 썸원에 대한 유저의 마음을 알 수 있다
ㅣWriterㅣ
ㅣUIUX Designer 고정원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