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제세동기
어떤 직장인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관성적으로 일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만다. 그건 사랑 서비스를 만드는 모니모니 직원들도 마찬가지…
커플이 더 깊이 사랑하도록, 더 설렐 수 있도록, 서로에게 더 진심을 가지도록 도와주자! 라는 우리의 원대한 포부는 주 5일제의 톱니바퀴에 굴려지다 보니 어느새 여느 직장인처럼 습관처럼 진행하는 업무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뭘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굳어버린 설렘 세포를 다시 뛰게 만들어 줄 제세동기 같은 무언가…!
그게 바로 ‘모니모니 사랑 세미나’의 시작점이었다.
사랑에 진심인 사람들
말이 거창한 ‘세미나’지, 사실 처음 떠올린 건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하는 소모임이었다. 다 같이 모여서 각자의 사랑 이야기하다 보면 잊고 있던 설렘이 떠오르지 않을까?
맨정신으로 말하기 머쓱한 주제니까, 위스키 한 잔씩 마시면 이야기가 술술 나오지 않을까? (절대 위스키가 마시고 싶어서 기획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잊고 있던 설렘이 떠오른다면, 썸원 유저의 설렘에 더욱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공감이 어쩌면 썸원 고도화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퇴근 후 회사 내부에서 진행하는 소모임이다 보니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게 1순위 목표였다. 이를 위해 참가자 모집 방식을 최대한 재밌게 만들기로 했다.
모집 포스터를 간단하게 만든 뒤, 참가 희망자는 이모지를 누르게 했다. 감사하게도 10분이나 참가를 희망해주셨고, 그중에서 4분을 추첨하게 되었다.
매번 느끼는 팀원분들의 찰떡같은 이모지 선정 능력
당연히 참가 인원에 한하여 특별한 리워드도 고민했다. 매력적인 리워드가 있어야 앞으로 계속 있을 사랑 세미나에 참가 열기가 뜨거울 테니까…!
리워드는 두 가지였다.
1.
팀원 각각의 특징을 담은 캐릭터 일러스트
2.
디자이너 명진 님과의 야자타임권
댓글에 남겨진 동호 님의 근본적인 의문
참여 인원과 리워드가 모두 정해졌으니, 이제 남은 건 세미나 진행 방식이었다. 사랑 세미나가 정기 소모임이 될지 확신할 수가 없었기에 일단 4번만 진행해 보기로 했다.
각 세미나의 주제는 사랑의 4단계인 ‘연애 시작 전, 연애 초반, 연애 후반, 이별 그 후’로 정해봤다.
(물론 이 4단계는 임의로 정한 기준이다.)
첫 세미나의 주제인 ‘연애 시작 전’. 위스키 한 잔과 함께 이야기하면 가장 재밌을만한 소주제 3가지를 뽑아봤다.
[우리가 반하는 순간]
[나만의 플러팅 기술]
[내가 겪은 최악의 플러팅]
아무리 술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회사 동료끼리 이야기하기엔 너무 머쓱한 주제가 아니냐고? 그만큼 썸원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랑에 열려있고 진심이라는 증거라고 봐주시면 되겠다.
사랑-쎄미나, 시자아아악 하겠습니다아아
사랑 세미나 당일. 뻔한 슬랙 공지는 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만든 B급 느낌 가득한 공지용 포스터.
나름대로 색깔 양말이라는 드레스 코드를 지정했다. 사랑 세미나에 걸맞게 지금 이 순간 사랑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색깔 양말을, 없다면 검정색 양말을 신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진심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게 각자 자신의 사랑 상태와 알맞은 색깔의 양말을 골라 신은 어느 수요일 저녁, 드디어 사랑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다 같이 준비하는 훈훈한 모습^^
위스키 잔까지 특별 주문한 사람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위스키에 진심인 게 아니다.
6시에 딱 맞춰 제 1회 모니모니 사랑 세미나가 시작됐다.
팀원들끼리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
참여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비밀로 남겨두려고 한다.
물론 이 대답을 한 사람이 누군지 우리끼리는 너무 뻔하지만…!
(궁금하다면 커피챗!)
첫 번째 주제는 <내가 이성에게 반하는 순간>이었다. 팀원들이 이야기한 반하는 순간들은 다음과 같다.
1.
눈이 많이 마주치는 순간
2.
아무 것도 없는데 불러낼 이유를 만들어내는 순간
3.
본인 일 잘 할 때
4.
옷을 잘 입을 때
5.
그냥 예쁠 때
6.
상대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7.
나만 아는 브랜드나 영화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될 때
8.
그 사람의 터치가 기분 나쁘지 않다는 걸 인지할 때
9.
첫 향이 좋을 때
첫 번째 주제라 분위기가 어색했음에도 한 명 한 명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자 오디오가 빌 틈 없이 모두가 먼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역시 사랑 서비스는 사랑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주제는 <내가 겪은 최악의 플러팅>이다. 모두가 공개된 주제를 보자마자 동시에 미간을 찌뿌렸다. 다들 머릿속으로 기억 속 누군가 한 두명을 떠올린게 분명했다.
1.
본인이 치명적인 줄 알고 머리를 쓰다듬던 남자
2.
길 걸을 때 알아서 차 피하면서 잘 걷는데 굳이 안으로 당기던 남자
3.
남녀를 가리지 않고 칭찬을 하다 보니 고백을 받았던, 알고보니 내가 최악의 플러팅을 했었던 경험
4.
모닝콜을 해달라고 하던 여자
5.
몇 년만에 만나서 아무 생각없이 술 마시다가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던 여자
6.
진짜 추워서 춥다고 했는데 무언가 오해 했는지 갑자기 손을 잡던 남자
마지막 주제는 <나의 플러팅 기술>이었다. 처음엔 다들 머쓱해하다가 점점 숨겨뒀던 필살기를 꺼내는 듯한 말투로 변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1.
재수 학원 다닐 때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료를 매일 책상위에 두기, 일부러 간식류 들고 근처 맴돌기
2.
우리 둘만 아는 단어 만드는 것, 둘만 알법한 것
3.
일부러 신경 안쓰기, 은은하게 그 사람 눈에 띄게 움직이기
4.
음료수에 리본 묶어서 친구 통해서 전달하기
5.
손 크기 재기
6.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다 좋아요 누르기, 옛날 피드까지 내려가서 좋아요 누르기
7.
버스 손잡이 잡을 때 팔에 힘 주기
8.
눈 오는 날 스노우볼 직접 만들어서 직접 선물하기
9.
전화 끊기 싫어서 대화 주제 계속 만들면서 4시간 동안 통화하기
준비해뒀던 위스키와 핑거푸드, 냉장고에 있던 샴페인까지 다 비울 정도로 오랜 시간 대화가 이어진 세미나였다.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1시간 동안 대화가 잘 이어지기만 해도 성공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이야기하다가 배가 고파서 햄버거를 단체로 시킬 정도로 빈 틈이 없는 알찬 세미나였다.
마지막으로 참가 팀원들과 닮은 캐릭터를 그려주는 것으로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부족한 그림이었지만 감사하게도 프로필 사진 설정이라는 극찬으로 보답해준 팀원 분들…
썸원 따봉 드립니다…
회사 생활 중 처음으로 진행해본 사랑 세미나…! 특히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로 준비 단계에서 막연함을 많이 느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몰입도였다.
프로덕트의 효율성, 개선 방향, 영향력, BM과 같은 주제는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 서비스의 ‘사랑’이라는 가치를 구성원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 더 나아가 이런 분위기를 적극 권장해주는 회사의 서포트와 각자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오픈하는 팀원들까지.
덕분에 오늘도 사랑 서비스 ‘썸원’은 자라나고 있다.